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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사는 사람들 : 대인관계;한국인의 장수비결 첫 사례보고서;전문가 진단
역시 인간관계가 중요했다.
연구팀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장수 비결은 음식이나 운동 등의 물리적 요인 이상으로 사회 심리적 요인이 중요했고, 그중 대부분은 사람과 사람 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결정됐다.
대인관계는 그래서 그 어떤 요인보다 장수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더라도 마을 사람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낙관적 생활을 영위하는 예가 많이 발견됐다.
워낙 고령이라 또래 친구가 없는 백세인들도 마을 어린이에게 컵라면을 사주며 말동무를 삼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함께 베풀어 존경받는 이가 많았다.
심리적·육체적으로 약해진 초고령 인구는 건강한 대인관계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간 유대가 강한 마을일수록 ‘줄초상’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백세인들의 심리적 건강 상태와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80년 이상 한마을에서 동고동락한 이웃집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백세인은 채울 수 없는 허전함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지속적인 대인관계를 갖던 상대방의 죽음은 가족 구성원의 사망만큼 백세인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함께 장수할 수 있는 지역 단위 모임 같은 것이 중요하다.
최근 장수 지역으로 급부상한 일본의 나가노현(縣)은 지역 노인들 간의 커뮤니티가 잘 구성된 곳이다.
이곳 노인들은 매일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야유회 등 공동 행사를 가진다.
여기에 의료 서비스까지 함께 받을 수 있다.
80년대만해도 단명 지역이던 나가노가 장수 마을로 탈바꿈한 데는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사실도 일조(一助)했다.
우리나라 장수 지역인 경북 예천군도 노인복지 프로그램이 훌륭하게 운영되는 지역이다.
백세인은 ‘화석’이 아니다.
백세인들도 활동하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고자 하는 욕망이 넘친다.
다만 사고를 당할까봐 두려워 스스로 위축되거나 가족들의 만류로 점점 활동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없이 내 방 안에서만 누리는 장수의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대인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백세인들의 공통점이자 노후의 삶을 보람차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이번 조사에서 백세인 72명들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10개를 추려보았다.
‘태평함’ ‘인정 많음’ ‘온화함’ ‘사교적임’ ‘강직함’ ‘자기 주장적임’ ‘열성적임’ ‘쾌활함’ ‘활발함’ ‘인내적임’.
일반인들도 장수하기 위해 한 번쯤 새겨보아야 할 말들이란 생각이 든다. (조선일보 2002-11-25 최성재·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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