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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책임지는 방랑자 ‘플랑크톤’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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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책임지는 방랑자 ‘플랑크톤’

풍부한 광합성으로 지구 온난화 막는다

2009년 11월 13일(금)

방랑자라 불리는 생물, 플랑크톤

생물 중에도 ‘방랑자’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집단이 있다. ‘플랑크톤(Plankton)’이 바로 그것으로서, 1887년 독일의 헨젠이 ‘방랑자’라는 뜻의 그리스어를 이용해 명명한 이름이다.

그런데 똑같은 방랑자일지라도 ‘보헤미안’과 ‘플랑크톤’은 그 특성에 있어서 매우 차이가 난다. 보헤미안의 경우 기성세대 혹은 주류들의 기존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한 자유 의지로서의 방랑자이다.


▲ 식물성 플랑크톤
이에 비해 플랑크톤은 스스로의 운동능력이 없어서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흘러 다닌다. 수동적 의미의 방랑자인 셈이다. 즉, 플랑크톤은 바닷물의 흐름에 저항할 힘도 없으며 방랑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도 없이 이리저리 흘러 다닐 뿐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플랑크톤은 지구의 생태계를 책임지는 엄청나게 능동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988년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라는 플랑크톤 속이 학계에 새로 보고되었다.

지금 2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극미소 생물인 이 플랑크톤은 바닷물 한 방울에 수십만 개나 들어 있을 정도이다. 즉 세계에서 광합성을 하는 최소형 생물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수가 많은 생물이기도 하다.

이들의 활약은 매우 놀랍다. 지구 전체 식물의 광합성을 절반 이상 이들이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정도를 대기로부터 흡수하기도 한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지구온난화는 현재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구름을 만드는 능력 지닌 플랑크톤

먹이사슬의 1차 생산자인 식물성 플랑크톤은 자외선이 강해질 경우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차단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우즈홀해양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여름처럼 태양의 자외선이 강해질 경우 식물성 플랑크톤은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황이 포함된 화합물을 생산해 세포벽을 두껍게 한다.

이 화합물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돼 대기로 스며들면 산소와 반응해 새로운 황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 그 물질이 씨앗 역할을 해서 구름을 형성한다는 것. 움직일 수 없어서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처량한 방랑자 신세 치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한편 작년에는 플랑크톤이 대륙을 갈라놓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놀라운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놈 슬립 교수가 제시한 이 가설에 의하면, 플랑크톤의 시체가 쌓여 바다 밑바닥에 형성된 수㎞ 두께의 검은 셰일이 지각 내부에 큰 취약지대를 형성함으로써 지각판이 대륙을 밀어낼 때 먼저 부서지면서 땅이 갈라지게끔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물론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긴 하지만, 이쯤 되면 플랑크톤이야말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영국 남극탐사단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지만, 그로 인해 녹은 빙하에서 나온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더 흡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온난화로 인해 새로 생성된 플랑크톤이 오히려 온난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온난화의 역설’ 현상이 밝혀진 것이다.

비록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서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떠살이 생물이지만 생태계를 관장하는 능력만큼은 보헤미안의 삶에 대한 깊은 혜안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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